‘법정의무교육’ 중 강사가 상조 영업… 사설업체 돈벌이 전락

중소기업 A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김모(34)씨는 최근 ○○협회라는 곳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라는 사람은 다짜고짜 ‘A사가 산업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아 정부 단속에 걸릴 수 있다.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서둘러 강사를 섭외해 교육을 받으라’고 말했다. 당황한 김씨가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이 협회는 이름만 협회지 사설 교육업체였다. A사는 모든 직원이 사무직 직원이라 산업안전교육 의무 사업장이 아닌데도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김씨는 18일 “정부 기관인 척 협박성 전화를 하는 교육업체가 많은데, 법정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업장 조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고 말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면 받아야 하는 ‘4대 법정의무교육’(성희롱예방교육·개인정보보호교육·산업안전보건교육·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교육을 위탁받은 사설 업체들이 정부기관을 사칭해 강의를 듣도록 압박하거나 자격 없는 강사를 내보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식이다. 교육 대상 사업장 기준과 강사 자격이 제각각인 틈을 파고든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매년 1~4회 법정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별로 근거법은 다 다르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인정보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 장애인고용법에 각각 규정돼 있다. 산업안전보건교육, 장애인인식개선교육 강사가 되려면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반면 성희롱예방교육과 개인정보보호교육은 자격 요건이 따로 없다. 개인정보보호교육은 대상 사업장의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고용부에는 ‘우리도 개인정보보호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인사·회계를 담당하는 직원 1~2명이 의무교육 업무를 맡고 있어 이런 기준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직원 수가 50명 미만인 의류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27)씨는 “법정의무교육의 정확한 대상이나 과태료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용부에 연락했더니 교육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며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기만 했다”며 “인터넷에 검색해도 온통 광고만 있지 제대로 된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강사 1명이 4개 교육을 한꺼번에 진행하거나 교육을 무료로 해주는 대신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축회사에 근무하는 김모(27)씨는 “성희롱예방교육 강사가 와서 상조회사 영업을 해 당황스러웠다”며 “‘상품을 팔 때까지 강의실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던데 이런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강사가 와서 보험상품을 팔더라’ ‘시간낭비의 전형’이라는 비판 글과 함께 ‘교육받으라는 협박성 전화가 오면 자체 교육한다고 끊으라’는 대처법도 올라와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애인인식교육이나 성희롱예방교육의 경우 강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건 똑같은데 근거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격 기준이 다른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교육·장애인인식개선교육 자격이 없는 강사들이 업체에서 강의하고 ‘가짜 수료증’을 발급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법정의무교육 이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에서 이런 사기 행각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고 고용부도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안규영 기자 kyu@kmib.co.kr

‘법정의무교육’ 중 강사가 상조 영업… 사설업체 돈벌이 전락



중소기업 A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김모(34)씨는 최근 ○○협회라는 곳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라는 사람은 다짜고짜 ‘A사가 산업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아 정부 단속에 걸릴 수 있다.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서둘러 강사를 섭외해 교육을 받으라’고 말했다.

당황한 김씨가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이 협회는 이름만 협회지 사설 교육업체였다. A사는 모든 직원이 사무직 직원이라 산업안전교육 의무 사업장이 아닌데도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김씨는 18일 “정부 기관인 척 협박성 전화를 하는 교육업체가 많은데, 법정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업장 조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고 말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면 받아야 하는 ‘4대 법정의무교육’(성희롱예방교육·개인정보보호교육·산업안전보건교육·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교육을 위탁받은 사설 업체들이 정부기관을 사칭해 강의를 듣도록 압박하거나 자격 없는 강사를 내보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식이다. 교육 대상 사업장 기준과 강사 자격이 제각각인 틈을 파고든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매년 1~4회 법정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별로 근거법은 다 다르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인정보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 장애인고용법에 각각 규정돼 있다. 산업안전보건교육, 장애인인식개선교육 강사가 되려면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반면 성희롱예방교육과 개인정보보호교육은 자격 요건이 따로 없다. 개인정보보호교육은 대상 사업장의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고용부에는 ‘우리도 개인정보보호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인사·회계를 담당하는 직원 1~2명이 의무교육 업무를 맡고 있어 이런 기준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직원 수가 50명 미만인 의류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27)씨는 “법정의무교육의 정확한 대상이나 과태료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용부에 연락했더니 교육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며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기만 했다”며 “인터넷에 검색해도 온통 광고만 있지 제대로 된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강사 1명이 4개 교육을 한꺼번에 진행하거나 교육을 무료로 해주는 대신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축회사에 근무하는 김모(27)씨는 “성희롱예방교육 강사가 와서 상조회사 영업을 해 당황스러웠다”며 “‘상품을 팔 때까지 강의실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던데 이런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강사가 와서 보험상품을 팔더라’ ‘시간낭비의 전형’이라는 비판 글과 함께 ‘교육받으라는 협박성 전화가 오면 자체 교육한다고 끊으라’는 대처법도 올라와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애인인식교육이나 성희롱예방교육의 경우 강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건 똑같은데 근거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격 기준이 다른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교육·장애인인식개선교육 자격이 없는 강사들이 업체에서 강의하고 ‘가짜 수료증’을 발급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법정의무교육 이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에서 이런 사기 행각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고 고용부도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