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하잘것없다고?… 현대 문명의 주인공이다

지구촌의 모래알 개수는 모두 몇 개일까. 언젠가 미국 하와이대 한 연구원이 제시한 숫자는 750경(京)이었다. 그는 전 세계 해변 등지에 각각 1㎣의 모래가 뒤덮여 있다고 가정해 저런 답을 내놓았다. 물론 이 연구원이 제시한 숫자가 정답일 리는 없을 것이다. 1경이나 2경, 혹은 그 이상의 오차가 있을 게 불문가지다. 무엇보다 누가 그 답을 알고 있겠는가.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지구에는 세기 힘들 정도로 무수히 많은 모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모래는 하잘것없고 대수롭지 않은 별무소용의 존재를 가리킬 때 곧잘 비유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한데 지금부터는 생각을 달리하시길. 신간 ‘모래가 만든 세계’를 읽으면 모래가 얼마나 귀한 자원인지 실감할 수 있다. 아울러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속절없이 지구촌의 모래가 고갈되고 있음도 절감하게 된다. 모래는 지금 당신이 살고, 일하고, 느끼는 모든 것에 포함돼 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오늘날 우리는 모래에 기대어 살고 있다. …우리는 모래 안에서 살아가고, 모래 위에서 여행하고, 모래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 주변을 모래로 감싼다.” 마천루는 모래성이다 ‘모래가 만든 세계’를 펴낸 미국 저널리스트 빈스 베이저(54)는 말한다. “도시와 모래의 관계는 빵과 밀가루의 관계나 인체와 세포의 관계와 같다”고. 왜 그는 이렇게 규정했을까. 이유는 대다수 인류가 모래로 만든 건축물에 살고, 모래로 만든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일단 모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질학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척도에 따르면 모래는 0.0625㎜에서 2㎜ 크기의 단단한 알갱이다. 모래의 70%는 석영이라는 광물로 이뤄져 있다. 모래는 침전물 사이에 묻혀 있다가, 산의 형태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침식돼 낮은 곳으로 운반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침전→퇴적→융기→침식→침전으로 이어지는 주기는 보통 200만년에 달한다. 저자는 “신발에서 모래를 털어낼 때는 조금이나마 경건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며 “모래 알갱이들은 공룡보다 앞서서 이 세상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고 적어두었다. 모래와 현대 문명의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는 콘크리트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콘크리트는 모래와 자갈(총 75%)에 물(15%)과 시멘트(10%)를 섞어 만든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콘크리트는 존재했다. 하지만 인기는 없었다. 압축력은 강하지만 인장력(引張力)이 약해서였다. 쉽게 말하자면 콘크리트는 위에서 누르는 어지간한 무게는 너끈히 버티지만 구부리는 힘엔 쉽게 파괴되곤 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철재를 콘크리트에 넣으면 인장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콘크리트는 세계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류의 70%는 콘크리트 집에 산다. 댐이나 교량, 마천루도 콘크리트로 만든다. 아스팔트를 만드는 것도 모래다. 모래에 빚진 현대문명으로는 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유리는 실리카 모래를 녹여서 칼슘을 더한 것이다. 만약 유리가 없다면 우리네 삶은 어떻게 됐을까. 유리창이나 유리병은 물론이고 망원경 현미경 스마트폰도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니 현대인의 삶은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도 모래는 첫손에 꼽히는 필수 재료다. 인터넷 광케이블도 모래로 만든다. 포스트잇도 모래 성분 덕분에 뗐다 붙이기를 반복할 수 있다. 치약에도 ‘수화 실리카(hydrated silica)’라는 일종의 모래가 들어 있다. 이 모래는 치석 제거에 필요한 연마제 역할을 한다. 속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돕는 실리콘 밴드의 실리콘도 모래에서 추출한 합성물로 만든다. 이쯤 되면 책 제목처럼 현재 우리가 ‘모래가 만든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자는 “오늘날 모래는 인류의 문명을 좌우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모래가 사라진다 책을 펼치면 그야말로 백사장에 깔린 모래알처럼 많은 이야기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100명 넘는 사람을 인터뷰했고, 1000편 넘는 논문 보고서 기사를 읽었다. 모래 암거래 실태를 조사하려고 인도로 날아갔고 지구촌 곳곳을 돌며 전문가들을 만났다. 저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지구가 보유한 모래의 양은 가파른 속도로 줄고 있다. 매년 인류가 사용하는 모래와 자갈의 양은 500억t에 달한다. 왜 이렇게 많은 모래가 필요한지는 잠시만 생각하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도시화 탓이다. 현재 전 세계 도시 인구는 해마다 6500만명씩 늘고 있다. 뉴욕 같은 대도시가 1년에 8개씩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유럽에는 인구가 100만명을 웃도는 도시가 35개인데, 중국엔 이미 그런 도시가 220개에 달한다. 중국이 2011~2012년 소비한 시멘트는 미국이 20세기 내내 사용한 양보다 많았다. 중국은 2015년 건설용 모래로만 75억t을 썼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사막에서 마법을 부려 만든 신기루” 같은 도시 두바이는 또 어떤가. 20년 전만 하더라도 황무지였던 이곳에서는 상전벽해에 견줄 만한 변화가 있었다.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끝없이 세워졌다. 저자는 “이만한 도시를 건설하려면 모래가 얼마나 많이 필요했을까”라고 자문하면서 두바이의 첫 번째 간척지 ‘팜 주메이’를 도마에 올린다. 이곳은 2005년 완공됐는데 간척에 들어간 모래가 무려 1억2000만t이었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규모냐면, 지구를 2m 높이 벽으로 한 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사막 모래를 가져다 쓰면 될 일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그건 건축의 세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막 모래는 건설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알갱이가 너무 둥글기 때문이다. 둥근 물체는 각진 것에 비해 결합력이 떨어진다. 구슬이 블록보다 쌓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의 두바이를 만드는 데는 바다에서 퍼 올린 엄청나게 많은 모래가 필요했다. 핵심은 지금처럼 모래를 사용하면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시멘트 회사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 중 하나다. 모래를 막무가내식으로 채취하면 물이 탁해지면서 수중 생태계가 교란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농경지를 망가뜨린다. 모래는 한정돼 있고, 모래 부족 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래와 자갈의 양은 향후 50년 동안 필요한 양의 3분의 1밖에 남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앞으로 50년 이내에 모래가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법은 간단하지만 녹록지 않다. 물건을 재활용하고 대체 자원을 찾으면서 현대 사회의 소비 방식 전반을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고리타분한 결론 같지만 이것이 저자가 제시한 가장 유력한 처방전이다. 과연 100년 뒤 지구에는 모래 알갱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확실한 사실은 지금처럼 모래를 사용하다가는 750경에 한참 모자란 숫자만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모래가 하잘것없다고?… 현대 문명의 주인공이다


지구촌의 모래알 개수는 모두 몇 개일까. 언젠가 미국 하와이대 한 연구원이 제시한 숫자는 750경(京)이었다. 그는 전 세계 해변 등지에 각각 1㎣의 모래가 뒤덮여 있다고 가정해 저런 답을 내놓았다. 물론 이 연구원이 제시한 숫자가 정답일 리는 없을 것이다. 1경이나 2경, 혹은 그 이상의 오차가 있을 게 불문가지다. 무엇보다 누가 그 답을 알고 있겠는가.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지구에는 세기 힘들 정도로 무수히 많은 모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모래는 하잘것없고 대수롭지 않은 별무소용의 존재를 가리킬 때 곧잘 비유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한데 지금부터는 생각을 달리하시길. 신간 ‘모래가 만든 세계’를 읽으면 모래가 얼마나 귀한 자원인지 실감할 수 있다. 아울러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속절없이 지구촌의 모래가 고갈되고 있음도 절감하게 된다. 모래는 지금 당신이 살고, 일하고, 느끼는 모든 것에 포함돼 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오늘날 우리는 모래에 기대어 살고 있다. …우리는 모래 안에서 살아가고, 모래 위에서 여행하고, 모래를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 주변을 모래로 감싼다.”

마천루는 모래성이다


‘모래가 만든 세계’를 펴낸 미국 저널리스트 빈스 베이저(54)는 말한다. “도시와 모래의 관계는 빵과 밀가루의 관계나 인체와 세포의 관계와 같다”고. 왜 그는 이렇게 규정했을까. 이유는 대다수 인류가 모래로 만든 건축물에 살고, 모래로 만든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일단 모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질학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척도에 따르면 모래는 0.0625㎜에서 2㎜ 크기의 단단한 알갱이다. 모래의 70%는 석영이라는 광물로 이뤄져 있다. 모래는 침전물 사이에 묻혀 있다가, 산의 형태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침식돼 낮은 곳으로 운반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침전→퇴적→융기→침식→침전으로 이어지는 주기는 보통 200만년에 달한다. 저자는 “신발에서 모래를 털어낼 때는 조금이나마 경건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며 “모래 알갱이들은 공룡보다 앞서서 이 세상에 나타났을지도 모른다”고 적어두었다.

모래와 현대 문명의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는 콘크리트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콘크리트는 모래와 자갈(총 75%)에 물(15%)과 시멘트(10%)를 섞어 만든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콘크리트는 존재했다. 하지만 인기는 없었다. 압축력은 강하지만 인장력(引張力)이 약해서였다. 쉽게 말하자면 콘크리트는 위에서 누르는 어지간한 무게는 너끈히 버티지만 구부리는 힘엔 쉽게 파괴되곤 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철재를 콘크리트에 넣으면 인장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콘크리트는 세계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류의 70%는 콘크리트 집에 산다. 댐이나 교량, 마천루도 콘크리트로 만든다. 아스팔트를 만드는 것도 모래다.

모래에 빚진 현대문명으로는 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유리는 실리카 모래를 녹여서 칼슘을 더한 것이다. 만약 유리가 없다면 우리네 삶은 어떻게 됐을까. 유리창이나 유리병은 물론이고 망원경 현미경 스마트폰도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니 현대인의 삶은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도 모래는 첫손에 꼽히는 필수 재료다. 인터넷 광케이블도 모래로 만든다. 포스트잇도 모래 성분 덕분에 뗐다 붙이기를 반복할 수 있다. 치약에도 ‘수화 실리카(hydrated silica)’라는 일종의 모래가 들어 있다. 이 모래는 치석 제거에 필요한 연마제 역할을 한다. 속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돕는 실리콘 밴드의 실리콘도 모래에서 추출한 합성물로 만든다. 이쯤 되면 책 제목처럼 현재 우리가 ‘모래가 만든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저자는 “오늘날 모래는 인류의 문명을 좌우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모래가 사라진다

책을 펼치면 그야말로 백사장에 깔린 모래알처럼 많은 이야기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100명 넘는 사람을 인터뷰했고, 1000편 넘는 논문 보고서 기사를 읽었다. 모래 암거래 실태를 조사하려고 인도로 날아갔고 지구촌 곳곳을 돌며 전문가들을 만났다.

저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지구가 보유한 모래의 양은 가파른 속도로 줄고 있다. 매년 인류가 사용하는 모래와 자갈의 양은 500억t에 달한다. 왜 이렇게 많은 모래가 필요한지는 잠시만 생각하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도시화 탓이다. 현재 전 세계 도시 인구는 해마다 6500만명씩 늘고 있다. 뉴욕 같은 대도시가 1년에 8개씩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유럽에는 인구가 100만명을 웃도는 도시가 35개인데, 중국엔 이미 그런 도시가 220개에 달한다. 중국이 2011~2012년 소비한 시멘트는 미국이 20세기 내내 사용한 양보다 많았다. 중국은 2015년 건설용 모래로만 75억t을 썼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사막에서 마법을 부려 만든 신기루” 같은 도시 두바이는 또 어떤가. 20년 전만 하더라도 황무지였던 이곳에서는 상전벽해에 견줄 만한 변화가 있었다.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끝없이 세워졌다. 저자는 “이만한 도시를 건설하려면 모래가 얼마나 많이 필요했을까”라고 자문하면서 두바이의 첫 번째 간척지 ‘팜 주메이’를 도마에 올린다. 이곳은 2005년 완공됐는데 간척에 들어간 모래가 무려 1억2000만t이었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규모냐면, 지구를 2m 높이 벽으로 한 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사막 모래를 가져다 쓰면 될 일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그건 건축의 세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막 모래는 건설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알갱이가 너무 둥글기 때문이다. 둥근 물체는 각진 것에 비해 결합력이 떨어진다. 구슬이 블록보다 쌓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의 두바이를 만드는 데는 바다에서 퍼 올린 엄청나게 많은 모래가 필요했다.

핵심은 지금처럼 모래를 사용하면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시멘트 회사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 중 하나다. 모래를 막무가내식으로 채취하면 물이 탁해지면서 수중 생태계가 교란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농경지를 망가뜨린다.

모래는 한정돼 있고, 모래 부족 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래와 자갈의 양은 향후 50년 동안 필요한 양의 3분의 1밖에 남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앞으로 50년 이내에 모래가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법은 간단하지만 녹록지 않다. 물건을 재활용하고 대체 자원을 찾으면서 현대 사회의 소비 방식 전반을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고리타분한 결론 같지만 이것이 저자가 제시한 가장 유력한 처방전이다. 과연 100년 뒤 지구에는 모래 알갱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확실한 사실은 지금처럼 모래를 사용하다가는 750경에 한참 모자란 숫자만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